노부부는 외딴 산 속에서 열매와 뿌리를 캐 먹으며 살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식도 이웃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고 사랑만 있었습니다. 해가 뜨면 일하러가고 해가지면 잠을 잤습니다.
... 과거를 보던 한 선비가 산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그 선비는 당황하여 한 참을 해매다 어둠이 익을 무렵 한 초가집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에는 백발이 성하고 이가 다 빠져버린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선비가 하룻밤을 묵기를 청하려고 다가가자마자 이들 부부는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놈의 할망구 빨리 죽어. 오늘도 안 죽었어. 그놈의 명줄 길기도 하다.” “이놈의 영감 빨리 되져라. 학 퉤이 ! 귀신들은 뭐하누 !”
온갖 욕설이 난무한 싸움을 보고 선비는 말리며 하룻밤을 청했습니다. 눈치를 보며 방에 들어간 선비에게 할머니는 정성껏 차린 따뜻한 밥상을 가져왔습니다. 많이 먹고 편안하게 쉬어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선비는 할머니의 마음이 너무나 곱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두 노인네의 싸움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착한 할머니와 싸우는 할아버지는 나쁜 사람일 거야 !’ 다음날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선비의 낡은 짚신 대신 새벽에 일어나 만든 좋은 짚신을 두고 몸에 좋은 귀한 약초를 주며 과거의 합격하기를 빌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자비가 넘치는 분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선비는 도저히 어제의 싸움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싸웠습니다. “할멈 오늘은 죽어. 꼭 죽어야 돼. 많이 살았잖아.” “이놈의 영감탱이 명도 길다. 오늘은 꼭 죽어.” 선비는 마음이 고운 두 분이 왜 저렇게 악담을 하며 싸울까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열매 따러가는 할아버지와 같이 길을 나서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 왜 저렇게 마음 고운 할머니와 악담을 하고 싸우세요. ” 할아버지는 한 숨을 쉬고 말했습니다. “ 젊은이 우리는 외딴 산 속에 살고 있고 자식도 이웃도 없어.
우리는 나이도 잊어버릴 만큼 오래 살아 삶에 미련은 없어. 할멈이 먼저 죽으면 내가 양지 바른 곳에 정성껏 묻어주고 제사상 차려주면 되잖아. 그런데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할멈 시체는 까마귀와 들쥐가 뜯어 먹을 것 아냐. 나는 그게 싫어 산 속에서만 살았지만 우리 할멈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거든. 할멈도 내가 까마귀와 들쥐에 뜯기지 않고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기 위해 먼저 죽으라는 거야“ 선비는 너무나 감동하여 울었습니다.
자신의 과거 노잣돈을 위해 밤낮 바느질을 한 부인을 생각하며 또 울었습니다. 선비는 할아버지께 큰 절을 했습니다. "저는 자신만 알고 아내에게 마음 고생만 시킨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이제사 사랑이 뭔지 배웠습니다. 제가 자식이 되어 두분을 모시겠습니다. 천수를 누리시고 돌아가시면 제가 양지 바른 곳에 묻고 제사를 모시겠습니다.
